트럼프 대통령 – ‘럭셔리 골프 & 미식의 하루’

  만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인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면, 그의 하루는 단연 프라이빗 골프 코스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탁 트인 동해를 내려다보는 페어웨이와 전용 카트 서비스,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한우 스테이크와 고급 와인은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트럼프다운 선택’이다.

 트럼프는 경기 중에도 새로운 관계를 맺고, 기회를 포착하는 인물이다.
아마 그는 라운딩 도중 한국의 리조트 개발이나 한미 관광 투자 협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즉흥적으로 꺼냈을지도 모른다.
화려함과 실리를 동시에 중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상, 경주의 럭셔리 숙소와 프리미엄 식문화는 그에게 완벽한 ‘비즈니스 휴양지’로 기억됐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 – ‘영생과 기(氣)의 여정’

 불로장생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해온 중국의 문화 전통을 떠올리면, 시진핑 주석이 경주를 찾았다면 문무대왕릉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다에 몸을 맡겨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이야기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삶을 이어간다는 동양의 영생 사상을 상징한다.

 이후 경주의 대표 보양식인 한우 장어정식과 인삼 한정식을 맛보며 기(氣)를 다스리는 한국식 양생 문화를 체험했을 법하다.
인간과 자연, 삶과 영생이 공존하는 여정, 그것이 바로 경주가 보여주는 동양의 장생 철학이다.

태국 총리 부부 – 한류 감성 데이트

 한류와 K-푸드 열풍이 가장 강한 국가 중 하나인 태국. ‘부드러운 소통과 가족 중심의 리더십’으로 알려진 태국 총리 부부는 한류 열풍의 진원지답게 황리단길 감성 투어를 선택했을 것이다.
한옥 카페 거리에서 K-드라마 OST가 흐르는 와인 바를 찾고, 전통 한식 파인다이닝에서 떡갈비와 한과 디저트를 나누며 ‘로맨틱 코리아’의 정취를 즐겼을 듯하다.

 특히 부부 동반 외교를 즐기는 태국 총리의 성향상, 이 일정은 문화 외교이자 감성 여행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멕시코 대통령 – 천문학의 뿌리, 첨성대

 천문학에 탁월했던 마야 문명의 후예인 멕시코 대통령에게 경주의 첨성대는 특별한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마야 문명의 치첸이트사 천문대보다 수세기 앞서 세워진 첨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하늘을 관찰해 계절과 시간을 읽어낸 동양 문명의 지혜와 과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첨성대 앞에서 마야의 ‘엘 카라콜(El Caracol)’을 떠올리며 “서로 다른 시대와 대륙에서도 인간은 같은 하늘을 바라봤다”는 공통의 통찰을 느꼈을 것이다.
오늘날 경주의 첨성대는 ‘동양의 하늘 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로 인식되고 있다.
고대의 별이 연결한 인류의 호기심이,  이제는 한국 관광이 세계로 확장되는 새로운 영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호주 총리 – ‘자연 속의 명상과 힐링’

 환경 정책과 웰빙 문화에 앞서 있는 캐나다·호주 총리라면 자연과 유적이 공존하는 불국사와 서악서원을 찾았을 것이다.
숲속의 고요한 사찰과 한적한 산책로는  그들이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삶’과 ‘마음의 복지’  철학을 보여준다. 

 명상 후에는 지역 농산물로 만든 한정식 다도 코스를 체험하며 한국의 ‘K-웰니스’가 가진 지속가능 관광의 가치를 직접 체감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경주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힐링의 도시로 남았을 것이다.

APEC 이후, 경주는 ‘세계인의 FIT 여행지’로

 APEC을 계기로 경주는 이제 외교 도시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체험형 여행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APEC 이후 외국인 FIT(Foreign Independent Traveler개별 자유여행객) 비중이 전년 대비 27% 이상 증가하며,
단체 관광에서 소규모·개인 맞춤형 여행으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불국사·첨성대 등 주요 유적지 방문뿐 아니라  황리단길의 감성 카페, 전통 한옥 레스토랑,
지역 특산 먹거리(황남빵·십원빵) 등을 찾으며 ‘로컬 문화 체험형 여행’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관광의 중심이 단순한 관람에서 체험·교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APEC 이후 외국인 FIT 시장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체험 콘텐츠 중심의 질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K-문화·로컬 감성·맞춤 의전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앞으로 한국 관광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관광’,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의 언어로

 경주는 이번 APEC을 계기로 한국 관광 산업의 변화 방향을 보여준 상징적인 도시가 되었다.
외국인 관광의 초점은 단순한 명소 방문에서 문화적 공감, 체험, 로컬 교류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이 이제는 K-콘텐츠와 K-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APEC을 통해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미학과 환대의 감성은 이제 외교를 넘어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K-팝, K-스타일링, K-웰니스, K-투어리즘으로 확장되는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은 다시 한 번 ‘문화로 소통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